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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뭉크전에 다녀왔습니다.

영혼의 시, 에드바르드 뭉크(Edvard Munch and the modern soul) 이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는 이번 전시회는 한국에서 열리는 최초의 뭉크 회고전 입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인 절규(The Scream)는 물론이고, 그가 추구했던 인생속에서의 고통과 사랑, 생명력을 담은 약 100점의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뭉크의 작품이 이전 화가들과 구별되는 점은 사물의 외형과 본질을 묘사하는 것 보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 입니다. 

아래 보이는 자화상은 뭉크가 1882년에 그린 자신의 자화상입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스물살에 그린 그의 초기 작품으로 분류됩니다. 

19세기 후반, 뒤랑의 '앙포르티 후작 부인' 처럼 인상주의 시대에서는 사실 묘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오르세미술관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펼쳐진 인상주의 컬렉션


젊은 시절의 뭉크 역시 1880년대에 파리에서 인상주의를 공부하였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갔습니다.


Self Portrait


뭉크가 파리에서 인상주의에 흠뻑 젖어있을 때 그린 자신의 자화상 입니다.

스무살 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노안 처럼 보이기는 하나, 얇고 긴 그의 머릿결과 두터운 자켓 소재와 실키한 느낌이 나는 흰 셔츠를 제대로 옮겨놓았습니다.

그는 초기 시절부터 어두운 배경의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때 그린 자화상 역시 다소 어둡지만 평범한 느낌의 자화상에 불과합니다.



사실 뭉크가 어떤 삶을 살았고, 무엇을 그리려고 했는지보다 '절규'라는 작품을 먼저 알았습니다.

뭉크는 자신이 그린 그림 중에서 절규를 가장 마음에 들어했고, 여러가지 느낌의 절규를 수십차례 다시 그려냈습니다.

이번에 전시회에 소개되는 절규는 그나마 차분한 흑백 칼라의 판화 버젼입니다.

불안한 구도는 그대로 남아있지만, 원작에서 보여지는 강렬한 색상대비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뭉크의 아버지는 군의관이었고 상당히 예민하고 부정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어렸을 때 어머니와 누나를 잃었으며 뭉크도 병치레가 잦아 학업을 중단하는 등 힘든 시절을 보냈습니다.


뭉크의 회고록에서 가장 퇴폐적인 구절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두 가지를 물려받았다.

그것은 정신병과 병약함이다.


정신병 진단을 받은 그의 여동생과 결혼식을 올린 지 몇 달만에 세상을 떠난 그의 남동생을 보면서 뭉크의 '죽음의 미학'은 심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Death in the sickroom


석판화로 제작한 '병실에서의 죽음' 이라는 작품 입니다.

위 그림을 여러가지 기법으로 여러장 그렸는데, 최초로 제작한 것은 1893년에 캔버스위에 유채화로 그린 작품입니다.

뭉크가 같은 그림을 수년간 계속 제작한 것 만큼 그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오랫동안 남아있었습니다.


Dance of Life


삶과 사랑에 관한 소재인 Dance of Life 라는 그림입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옷은 세 가지 입니다. 백색과 흑색, 그리고 중앙에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

그의 인생에서의 여인은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인처럼 자신을 휘감고 있고 지배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Jealousy


사랑과 불안의 감정을 담은 '질투' 라는 작품입니다.

뭉크는 한때 유부녀를 사랑했습니다.

내 감정이 이런 상황을 견뎌내다니 참으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난 계속 그녀의 남편이 눈치채지 않을까 걱정만 했다.

만약 눈치를 챈다면 그는 처음에는 파랗게 질렸다가 나중에는 활화산처럼 분노를 폭파하겠지..



Moonlight Night in St Cloud


뭉크의 후기 작품들은 주로 '밤' 과 관련된 소재를 주로 그렸습니다.

고독과 어둠, 멜랑콜리가 스며든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이때 그려진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별이 빛나는 밤' 과 '자화상, 밤의 방랑자' 입니다.


뭉크는 자신의 집안 곳곳에 라디오를 틀어놓았을 정도로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Old Aker Church


위의 교회 그림은 뭉크의 초기 시절 유화입니다.

노르웨이의 오슬로에 위치한 Old Aker Church 를 입체감있게 남겼습니다.

화장실에 걸어두면 편안하고 정감이 느껴질 정도로 마음에 드는 그림이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그려졌지만 따뜻하고 부드러운 과자처럼 건물을 그려냈습니다.

파리에 있을 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아늑함을 회상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Portrait of August Strindberg


위 그림에 나온 주인공은 스웨덴의 작가 스트린드 베리 입니다.

뭉크의 정신세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것은 보헤미안적인 철학이었습니다.

뭉크는 스트린드베리의 연극 공연에서 세트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베를린에서의 뭉크와 스트린드 베리의 만남은 서로의 예술세계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고 하는군요.

이후 스트린드베리는 희곡 '채권자'를 통해 뭉크를 해석해냈습니다.


Self Portrait After the Spanish Influenza


독감에 걸린 직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병약함을 그려낸 자화상 입니다.


the Kiss 1


이번 전시회에 The Kiss 라는 작품이 네 점 전시되었습니다.

위 그림은 가장 큰 사이즈의 <The Kiss 1> 이라는 작품 입니다.

그림 속의 두 남녀는 서로를 느끼고 사랑하고 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힘든 현실을 함께 표현했다고 하는군요.


the Kiss 4


이것은 판화로 제작된 <The Kiss 4> 입니다.

어두운 배경은 생략되었네요.


Two women on the shore


두 여인이라는 작품입니다.


Vampire


경매가 약 500억원 이라는 흡혈귀라는 작품 입니다.

욕망과 죽음의 양면성을 그린 팜므파탈에 대한 내용입니다.


넌 그 저주받은 노예 상태에서 건져 낼 가치가 없는 놈이야.

어리석기 짝이 없는 놈! 우리가 아무리 애써서 너를 흡혈귀의 제국에서 건져 낸다 한들 넌 다시 입맞춤으로 협혈귀의 시체를 부활시키고 말겠지!

-샤를 보들레를


Woman in three stages


뭉크는 세상의 여자를 3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순수하고 희망을 가진 소녀와 성숙한 여인(또는 창부), 늙어가는 고독한 여인..

그리고 마지막에 나무 옆에 서있는 남자는 뭉크 자신이라고 합니다.

여인과 뭉크 사이에 나무가 있는 이유는, 자신이 여성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벽'을 뜻한다고 합니다.



예술의 전당에 점심시간 쯤 들렀습니다. 뭉크전이 열리는 첫 주말이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네요.

지금 예술의 전당에서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 라는 전시회랑 '퓰리처상 사진전'이 함께 열려서 그런듯 합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고독함보다는 밝고 희망적인 스토리를 좋아해서 일수도 있겠네요.



Posted by 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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