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돔] 진짜 도미회를 찾아서 자갈치시장으로 가다
부산 자갈치시장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회 보다는 소와 돼지를 즐겨먹는 타입인데 수산물을 뭔가 꼭 먹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횟집에서 술을 먹게되면 보통 광어 + 우럭의 비교적 저렴한 메뉴를 주로 시켰는데요, 그것보다는 고급 품종으로 알려진 도미를 맛보고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도미'라고 하면 '참돔'을 지칭하여 말합니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대부분 '역돔'이라고 부르는 전혀 다른 어종을 두고 억지스럽게 도미라고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역돔은 사전적으로 없는 어종인데 말입니다. 역돔이라고 불리는 어종은 '틸라피아(Tilapia)'라는 외래어종으로 아프리카 원산지의 민물고기 입니다.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틸라피아의 상당량은 대만에서 양식된 물고기입니다. 얼마전에 먹거리 X 파일에서도 나왔듯이 익히지 않고 회로 먹기에는 위생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어종입니다. 한국수자원공사(www.kwater.or.kr)에서 분류하는 수질 5개 등급 중 3급수와 4급수에서도 생존이 가능하며, 활동성이 강하고 힘이 좋다하여 역(力) 이라는 이름이 붙고, 회를 뜨면 도미와 비슷한 외형을 가졌다는 이유로 '도미'의 대용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민물고기 틸라피아를 역돔이라 하여 마치 참돔의 친구뻘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짜 도미가 아닌 진짜 도미의 참맛을 기억하기 위해 되도록 싱싱한 녀석을 맛보기로 했습니다.
현재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참돔의 가격은 1kg 에 3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장의 여러곳을 돌아다니면 이 가격에서 약간 디스카운트 된 가격에 도미를 맛 볼 수 있습니다. 자연산 또는 양식, 도미의 무게에 따라서 한 마리의 가격은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마리에 35,000 원에서 50,000 원 정도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 바구니에 담긴 녀석이 1.75kg 짜리 참돔입니다. 바구니의 채도 때문에 붉은 빛이 조금 가려졌는데 Red Seabream 이라는 이름처럼 적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꼬리는 반드시 V자 모양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생선 전문가는 아니라서 위 사진에 나온 도미가 어느정도 퀄리티인지는 모르겠네요. 일단은 생선을 초이스하고 사장님이 칼질하는 것 까지 보고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초장비는 두당 3,000 원이고 소주 한 병의 가격도 3,000 원 입니다.
사장님이 회를 뜨는 동안에 외국인 손님이 북적대서 테이블에 올라오기까지 약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일단 비주얼이 상당히 괜찮아 보이네요. 선홍색에서 붉은색의 혈합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틸라피아와 상당히 흡사한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틸라피아는 위 사진의 붉은 줄무늬보다 더 규칙적이고 조밀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붉은 혈합육에 조금씩 남아있는 은색 껍질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사장님이 회를 얼마나 잘 뜨느냐에 따라서 그 양이 가지각색 입니다. 사장님의 회 뜨는 실력이 좋을 때 은색 껍질이 많이 관찰됩니다. 우리 가게 사장님의 회 뜨는 실력은 보통인것 같습니다.
도미의 혈합육은 붉은 색이 아니라 선홍색이라고 하는 분도 계십니다. 도미의 가장 맛있는 부위인 뱃살은 선홍색, 분홍색을 띠고 있지만 꼬리부위로 갈수록 그 색은 점차 진해집니다. 그리고 틸라피아의 힘줄 부위는 다소 질기기 때문에 식감이 깔끔하지 못하고 입안에 계속 남는 부분이 생깁니다. 반면 도미는 5번만 씹으면 목넘김이 가능할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게 고급스러운 맛인지는 모르겠으나 전체적인 맛이 상당히 깔끔했습니다. 초장없이 회 한점과 좋은데이 한잔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총 비용은 4.7만 입니다. 도미가격 3.8만 + 초장값 2명 0.6만 + 소주 0.3만 입니다. 전체적으로 생선맛은 만족스러웠고, 밑 반찬 일부는 싱싱하지 못한점이 약간 아쉬웠습니다.
건물 1층 수산물 시장이 있고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는 주차장이 있습니다. 4월이면 비시즌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이 붐비지는 않아 편안하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자갈치 2층 식당은 태종대횟집 이라는 곳이었는데 비교적 깔끔하고 청결해 보였습니다. 이른 저녁시간에 방문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오픈된 주방구조를 좋아하는데, 이곳 주방 시설은 오픈되어 있습니다. 잡냄새도 전혀없고 청소상태도 양호해 보였습니다. 자갈치 시장은 처음이라 다른 가게의 청결상태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주관적인 느낌은 강릉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객행위와 점포 위생상태 등을 비교했을 때 더 편안한 외식이 가능했습니다.
나온김에 이리저리 물고기 구경을 조금 했습니다. 사진을 계속 찍고 있었는데, 이름 모를 물고기가 어항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집에서 구이해먹으면 맛있을 것 같은 생선들도 보았습니다.
자갈치 시장 바로 옆에는 신동아 시장이 있습니다. 규모는 자갈치시장 건물보다는 작지만 약간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점포마다 금일 주요 가격표를 내걸고 있는데, 어종 가격은 거의 비슷합니다. 실제 거래가격은 표기된 가격보다 저렴하게 판매됩니다.
자갈치 시장은 다른 수산시장보다 호객행위가 적은 편 입니다. 그래도 사진을 찍고 가격표를 보고 있으면 사장님의 친절한 안내말씀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호객행위가 싫다면 '일행이 있다' 또는 '자주가는 집 있다'는 멘트로 편안한 나들이가 가능합니다.
어떤 상회에서는 사진을 자꾸 찍으니 더 멋진 활영을 위해서 그물망과 바구니를 치워주시는 친절함까지 보여주셨습니다. 사실 타지역사람이라 가격을 높게 부르거나 엉성한 서비스를 염려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단골집을 만들어 일년에 한 번씩 찾아가도 좋을 듯 합니다.
자갈치 시장과 신동아 시장 중간에는 부산시 수협 자갈치 공판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곳곳에 과일트럭도 있었습니다. 과일트럭 사장님께서는 사진에 나오는게 싫으신지 고개를 숙여주셨습니다.
부산 자갈치 시장 웹사이트에 방문해보시면 이곳의 시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건물 5층에는 씨푸드 뷔페, 7층에는 게스트하우스와 하늘공원이 있었네요. 진작 알았더라면 한 번 올라가 봤을텐데 조금 아쉽습니다.
서울에서 가짜 도미만 먹다가 이제서야 참돔을 먹어보네요. 다음에는 가을에 내려와 감성돔을 시도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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