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의 향기

[Poupille 2010] 뿌삐유 가성비는 정말 훌륭할까

전포 2016. 5. 3. 22:32

오랫만에 5만원대 와인을 구입하고자 이마트에 들렀습니다. 신의물방울 9권에 등장하여 400만원대 페트뤼스와 경쟁을 했던 그 와인, 샤또 뿌삐유를 구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내 입맛에 맛을거라는 확신보다 유명 만화책에 등장했고 사람들이 열광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거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프랑스 보르도의 레드와인. Cotes de Bordeaux Castillon 에서 생산된 와인입니다.

유럽내에서는 2불~2.5불에 거래되고, 국내에서는 5만원 정가에 판매되는 와인입니다.

성남 이마트 와인코너 직원분 말로는, 대중적인 칠레산 와인 1865보다 등급이 높고 맛이 훨씬 훌륭하다고 강하게 말씀하셨지만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랑크뤼도 아니고 크뤼부르주아도 아니고, 더 좋은 등급이라는건 근거없는 이야기 입니다.

다만 신의 물방울에 등장했고, 전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대접했던 와인이라는 점 등에서 인지도 있는 와인이라 말할수는 있지만, 1865보다 높은 등급의 와인이라는 점은 아주 잘못되었습니다. 그냥 비슷한 퀄리티고 기분좋게 마시면 되는것이며, 남들이 맛있다는 이유로 뿌삐유가 더 고급일수는 없으며 그걸 유도하는 와인직원은 매우 잘못된 태도 입니다.

(그래서 전 이마트 와인코너보다 홈플러스 와인코너 또는 코스트코가 더 좋습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마트 관계자분이 이 글을 보셨으면 좋겠네요.)



1865는 견과류느낌, 새 오크통에 숙성했을때 나타나는 바닐라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와인이고, 뿌삐유 역시 나무 내음이 주를 이루는 와인입니다. 다만 1865는 바닐라향, 뿌삐유는 묵은 나무향입니다. 묵은 나무향은 재사용한 오크통에 숙성한 시간이 길어졌을때 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묵은 나무향이 진해지면 스파이시한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보르도 오메독의 그랑크뤼 와인은 대부분 새오크통에 숙성시켜 바닐라향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하지만 뿌삐유에는 그런 느낌이 없습니다. 대신 산도를 즐기기에는 더 좋은 조건의 와인임에 분명합니다.



오픈하고 첫 향은 나무향입니다. 바닐라향은 많이 안느껴집니다.

그리고 산도가 어느정도 있는 베리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코스트코에서 냉동식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블랙베리가 산도가 제법 강하던데, 그 맛과 비슷합니다.

침샘을 조금 자극했습니다.

품종은 Merlot 100%라서 상당히 부드러울거라 생각했는데, 상당히 부드럽지는 않고 까베르네 소비농와 50:50으로 블렌딩했을것 같이 탄닌이 제법 느껴졌습니다.



해외 와인 커뮤니티 Cellar Tracker 에서도 뿌삐유 2010의 시음적기는 2020년부터라고 적혀있어서 디켄딩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디켄딩 20~30분 정도면 탄닌느낌이 많이 사라집니다. 메를로 함량이 높은 저가 와인보다는 훨씬 진한 맛이고, 여운은 3초 정도 입니다. 그 여운이 조금 구수합니다. 

장마 때문에 눅눅해진 오두막에 들어선 기분입니다. 절대 고급 호텔 편백나무 사우나 향은 아닙니다.

온수로 20~30번 사용한 히노끼 도마에서 맡을 수 있는 여운입니다.



코르크만 봐서는 이게 과연 Merlot 100% 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커먼 색상입니다.

코르크에 물든 저 색상은 시음자를 미리 흥분시키기에 충분해보입니다.

저는 뿌삐유를 마시기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안주는 직접 만들어 본 동파육 입니다.

혹시 몰라, 간을 약하게 했는데 간장을 더 추가하면 뿌삐유와 더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


뿌삐유와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은 음식은 간이 충분히 되어 있는 음식입니다.

뷔페에 가면 무료로 마실 수 있는 하우스 와인이 있습니다.

이 하우스와인은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려야 하기 때문에 와인 자체에 독특한 맛이 나오면 곤란합니다.

모든 음식과 궁합이 잘 맞으려면 옅고, 여운이 길지않아야 좋은것 같습니다.

뿌삐유는 뷔페와인보다 뿛은 오두막 느낌과 어린 베리향이 느껴지면 전체적으로 무난합니다.


마지막으로 뿌삐유의 가성비는 좋은것 같지는 않습니다.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나무의 느낌은 좋은데, 맛과 향이 다양하지 않아서 아이스크림 손잡이의 나무 바(bar)를 오랫동안 핣고 있는듯한 기분입니다.

만약 뿌삐유가 흔히 말하는 그랑크뤼 4~5등급 와인과 비슷한 평가를 받는다면 꽤 불만족스러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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